2015년 11월 5일 목요일

스쿠버다이버지 2015.11/12월호 접사 3위 입상 비하인드 스토리

제목은 거창하게 입상 비하인드 스토리라고 적었지만...사실 내용은 그리 거창할 건 없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할리퀸 쉬림프는 보라카이에서 보고 싶은 생물이지만...아쉽게도 1년에 한번 볼까 말까....아니 2년에 한번 볼까 말까한 생물입니다. 보라카이에도 있긴 있습니다. 그리고 한번씩 봤다는 친구들이 있으니 보라카이에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으나 보라카이에서 자연산 고래상어를 볼만큼 굉장히 희소성이 높은 생물이랄까요. 하여튼 보라카이에서는 그런 생물중에 하나가 바로 할리퀸 쉬림프입니다. 

이 할리퀸"Harlequin(광대)"이라는 단어때문에 제 머리속에는 배트맨에 등장하는 조커나 아니면 수어사이드스쿼드에 등장하는 조커의 연인 할리퀸이 자연히 떠오릅니다만.....이 생물이 영화에 등장하는 그런 캐릭터처럼 천방지축의 그런 존재는 아니구요. 반대로 굉장히 얌전한 생물중에 하나이며 물 속 귀요미 생물중에 으뜸가는 생물 중 하나 입니다. 다이빙 생물들의 몸값을 매긴다면 상위권에 속하는 생물이 바로 이 할리퀸 쉬림프일 듯 싶은데요. 마크로 사진에 빠진 분들중에 이 생물에 지극히 좋아하는 분들도 많이 계시죠. 사실 큰 사진 실력이 없어도 대충 찍어도 아주 이쁘게 나온다는 점도 한몫하겠죠! 저도 마크로 사진에 빠지기 시작하면서 가장 보고 싶은 마크로 생물중에 하나가 바로 이 할리퀸 쉬름프였습니다. 지금은 질릴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꽤 많이 보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바다 속에서 볼때마다 참 반가운  생물입니다~





7월말에 두마게티에 있는 크레이지 버블에 방문했을때 하루 정도 두마게티에서 다이빙을 하게 됐는데....위 사진은 그 때 촬영한 사진입니다. 사실 이렇게 할리퀸 쉬림프가 자연상태에서 불가사리를 먹는 장면을 발견하는건 참 어렵습니다. 가만히 있는 할리퀸 쉬림프도 보기 힘든데 이렇게 식사를 하고 있는 할리퀸 쉬림프는 더더욱 보기 힘들겠죠. 참고로 할리퀸 쉬림프의 주식은 이 불가사리 입니다.

어쨌든 식사 중인 할리퀸 쉬림프를 정말 운이 좋아서 발견했느냐?! 아닙니다. 오늘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도 이 것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사실 이 할리퀸 쉬림프는 두마게티에서 양식(?)을 하고 있는 할리퀸 쉬림프입니다. 오슬롭의 고래상어와 비슷한 처치라고 할까요. 대충 감이 오시나요? 네~ 맞습니다. 이 할리퀸 쉬림프는 가만히 있으면 다이브 마스터들이 주기적으로 불가사리를 들고 오죠. 그래서 굳이 불가사리를 찾으러 다닐 필요없이 한 곳에 가만히 있으면 다이브 마스터들이 계속~ 해서 먹잇감을 가져다 줍니다. 그렇다보니 할리퀸 쉬림프도 그 곳을 떠나지 않고 계속해서 머무르는 편입니다.

아닐라오나 렘베같은 곳에 가면 이런 희귀한(!) 접사 생물을 발견하게 되면 이걸 발견한 다이브 마스터는 누구에게도 이야기 하지 않고 자기만 아는 곳에 숨겨(!) 놓고 손님들에게 보여주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다른 마스터들이 찾지 못하는 생물들의 위치를 많이 알고 있을수록 자신의 몸값이 올라가니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죠. 그래서 자기 아들도 믿지 못해 보여주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입니다. 보통 할리퀸 쉬림프나 타이거 쉬림프의 경우 한 곳에 머무는 경우가 많아서 발견하게 되면 주기적으로 이렇게 먹이를 가져다주면 그 곳을 떠나지 않고 머무릅니다. 그런 습성을 이용해서 자신만의 보물처럼 애지중지 하며 돌보게 되는 것이죠.

한편으로 보면 참 슬픈 이야기 이기도 한데요. 인간들의 욕심(?)때문에 이렇게 한 곳에 머무를 수 밖에 없다니요. 개인적으로 오슬롭의 고래상어도 보러가지 않는 편인데...사실 사진을 찍을땐 몰랐다가 올라와서 혹시나 해서 다이브 마스터에게 물어보니 이런 이야기를 해주네요. 이 이야기를 듣고나서는 저 스스로 씁쓸한 표정을 지었던게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사진에 나온 할리퀸 쉬림프는 자연히 누구에게나 사랑받지만 화려한 분장 뒤로 슬픈 얼굴을 하고 있는 삐에로의 모습이 오버랩 됩니다. 사실 이 할리퀸 쉬림프가 슬픈지 어떤지는 모르겠습니다. 늘상 이렇게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배부를 수 있으니 행복할 수도 있겠죠. 반면에 이 할리퀸 쉬림프 한마리가 희생함으로써 정말 많은 필리핀 다이브마스터가 배부를 수 있다는 것도 참 아이러니합니다.

제 사진에는 일용할 양식에 자유를 팔아버린 한 생명의 모습이 오롯이 담겨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을 찍을때부터 이런 이야기를 알았다면 최대한 슬픈 느낌으로 찍을려고 노력했겠죠. 그래도 제가 이 사진을 바라보는 시각은 참으로 슬픈 삐에로의 모습이랄까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보시나요? 단순히 귀여운 생물의 모습이라고 볼 수도 있겠고 제가 이야기한대로 슬픈 모습으로 볼수도 있겠죠.


어쨌든 이 할리퀸 쉬림프 덕에 운좋게 수상을 하게 됐네요. 다음에 두마게티에 방문하면 이 귀여운 친구에게 고맙다고 인사라도 전해야할 듯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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